칼럼

제목1. 금가락지와 화이트 다방2022-09-21 10:28
작성자 Level 10

(1) 금가락지와 화이트 다방

 

모두 경기도 연천에 있는 집이고 다방입니다. 금가락지(金家樂地)란 어떤 분의 별장입니다. 화이트 다방은 6·25 때 미군 공병대가 놓은 다리 이름이 화이트 교인데 공병대의 대장이었던 화이트(White) 소령의 이름을 따서 지은 것이랍니다. 인근에 화이트라는 상호가 참 많습니다.

 

내가 금가락지를 처음 알게 된 연유는 이렇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지인에 최오균이란 분이 계십니다. 부인의 이름은 박정희입니다. 그래서 나는 부인을 각하라고 부르고 최 선생은 찰라. 님이라고 부릅니다. 찰라는 최선생이 사용하는 아이디입니다. 내가 두 분을 알게 된 것도 10여 년이 훨씬 넘었습니다. 함께 네팔도 다녀왔습니다. 간략하게 소개해 드리면 부인이 희소질환에 걸렸는데 찰라님이 부인의 간호를 위해 잘 나가던 직장을 사임하고 간호에 열중합니다. 간호하는 방법의 하나는 부부가 함께 여행하는 것입니다. 부인의 객관적이고 의학적인 조건은 여행은 부적합합니다. 그래도 부인이 워낙 요구가 강해서 위험을 무릅쓰고 오지 여행을 많이 다녔습니다. 이상하게도 결과는 호전이었습니다. 지금은 세계 여러 나라 가운데 안 가본 곳이 별로 없을 정도입니다. 이 와중에 부인은 심장이식 수술도 했습니다. 지리산 자락 폐가를 하나 얻어 부인과 함께 휴양합니다. 1년여 만에 폐가의 주인이 집을 비워 달래서 황망하게 지리산 자락을 떠납니다. 이런 사정을 인터넷에 올렸습니다. 금가락지 주인이 생면부지인데 찰라님의 글을 보고 별장 금가락지를 제공합니다. 조건은 그냥 오셔서 살아주는 조건입니다. 이 희한한 인연으로 찰라 님은 농사도 즐기고 연천군 홍보대사로도 봉사합니다. 그래서 2년 전에 처음 방문했습니다. 그때 들린 곳이 화이트 다방입니다. 다방이란 이름도 카페니 커피 가게니 하는 요상한 이름들에 밀려 사라지고 있는데 연천에서 발견한 화이트 다방은 참 정겨웠습니다.

 

마담 혹시 모닝커피 되나요?” “네 모두 모닝커피로 드릴까요.” 스스럼없는 대답입니다. 익히 알고 있다는 대답입니다. 요즈음 서울에서 스타벅스나 기타 브랜드가 붙은 커피숍에 가서 모닝커피를 주문한다면 알아들을 종업원이 아마도 없을 것입니다. 모닝커피를 알아듣다니 더욱이 모닝커피를 만들어 줄 수 있다니 아이고! 웬 떡이냐 순간 나는 과거로 돌아간 듯한 착각 속에 마음속으로는 눈물 나도록(좀 오버) 반갑고 고마웠습니다. 그곳에서 만들어 주는 모닝커피를 마시며 다방 주인, 일행과 함께 수다를 떨다 왔습니다. 화이트 다방 간판 앞에 서서 기념사진 한 장도 찍었습니다. 그런 일이 있은 연후로 나는 계속 다방이란 정겨운 단어에 그리움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마담도 모닝커피를 한잔 대접하고 함께 앉아 옛날 사람이라야 알아듣고 공감할 수 있는 잡다한 옛이야기를 즐겼습니다. 즐거운 옛 추억을 다시 생각나게 하는 하루 이였습니다.

 

집에 돌아와서 중학교에 다니는 손녀에게 물었습니다. “너 모닝커피가 무엇인지 아니?” “모닝커피? 그런 것도 있어요? 아침에 마시는 커피인가?” 학교에서 영어를 배운 탓에 직역할 줄 압니다. 내가 자세하게 설명을 주었습니다. 달걀 노른자위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을 주었습니다. 그냥 고개만 갸우뚱할 뿐 더 이상 흥미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왜 달걀 노른자위를 커피에 섞어요?” 손녀 이야기로는 요즈음 누가 달걀 노른자위를 먹느냐는 겁니다. 더 긴 설명을 주었지만, 공감받지는 못했습니다. 손녀에게 이런 공감을 받지 못하면 못할수록 모닝커피가 더 그리워졌습니다. 하긴 내가 자랐던 100$ 세대와 3$에 가까운 세월에 사는 세대와 수평적으로 공감 얻기가 무모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화이트 다방 모르긴 해도 화이트 소령이 건설한 화이트 교와 함께 비슷한 시기에 문을 열었을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긴 그리고 질곡 한 세월을 어떻게 견뎌 왔는지 공연히 안쓰럽습니다. “마담 화이트데이 번개 한번 치세요연천 근방에서 근무했던 추억이 있는 사람들에게 알려 한번 모닝커피 번개를 진행해 보라고 권했습니다. 화이트 다방의 마담과 각하 내외분도 좋은 아이디어라고 손뼉을 치며 그 순간을 연상하며 좋아라 한다. 참 엉뚱한 발상이다. 이때 그 누구랄 것도 없이 빙 크로스비(Harry Lillis “Bing” Crosby Jr, 1903~1977, https://youtu.be/DSsQVz_X8sY)의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흥얼거리며 다 같이 따라 불러본다.

올해 펑펑 눈 내리는 날 그것도 크리스마스이브에는 하얀 커피잔에서는 모락모락 커피 향 피워 오르고 노른자위 동동 띄운 커피잔에 차가워진 손으로 감싸 안으며 두런두런 지나온 인생 노래를 주거니 받거니 할 수 있는 그런 번개 모임 소식이 오지 않을까 한 컷 기대를 해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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