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제목3. 춘천 툇골과 형제 다방2022-10-13 14:03
작성자 Level 10

(3) 춘천 툇골과 형제다방

 

고성에서 해금강 다방을 탐방한 내용을 고성신문에 기고했습니다. 기고한 글 말미에 다음은 춘천이다. 라고 적었습니다. 무심코 적은 내용입니다. 참 이상한 일입니다. 텔레파시라도 통했을까. 풀꽃평화연구소의 왕풀님으로 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시간이 되면 툇골로 들리라는 전갈입니다. 미룰 이유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잡은 날자가 915-1612일입니다. 숙소는 나비아로 2년 전에 네팔화가 라트나(Ratna Kaji Shakya)의 그림전시 때문에 한번 들린 곳입니다. 매년 한분 네팔화가를 초청하여 한국에서 전시회를 열고 있는 가족아카데미아의 네팔 한국 상호교류 문화 프로그램의 일환입니다. 전시를 마치고 풀꽃평화연구소의 초청으로 춘천을 찾아 나비아에서 전시회를 또 한 번 열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나비아는 아담한 숙소와 음식점을 열고 있었습니다. 작지만 아름다운 정원 마당에 이젤을 세우고 그림을 전시했습니다. 이 나비아가 기억에 더욱 남는 이유는 모든 시설과 정원 모두를 주인장이 손수 만들고 다듬었다는 이야기입니다. 나는 한눈에 반했습니다. 차후 기회가 되면 가족과 함께 나들이를 하리라 마음먹었습니다. 툇골을 방문하던 날 평일이라 다른 가족과는 시간을 맞추지 못해 우리 내외만 갔습니다. 나비아는 음식점은 접고 한옥으로 꾸민 객실만 운영을 한다고 했습니다. 뒤뜰에 새로 지은 한옥도 곱상하게 들어 앉아 있었습니다. 그 곳에 짐을 풀고 툇골 막각님 집 뜰에서 맛있는 바비큐 먹었습니다. 전에 방문했을 때의 막각님 집은 책으로 뒤덮여 막각님이 책에 깔릴까 걱정했는데 지금은 리 모델링을 해서 아주 깔끔하고 이리저리 이어붙인 공간이 아름답고 안정감이 있었습니다. 풀꽃 세상 이야기부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가을밤을 만끽 했습니다. 춘천에 형제다방이란 곳이 있습니다. 우리 일행이 이 다방을 찾아 도착했을 때 마담 아주머니가 막 다방을 나서려는 참이었습니다. 배달을 가신다고 했습니다.

마담 아주머니는 우리 일행에게 다방을 맡기도 배달을 다녀오셨습니다. 배달. 커피를 배달해 주는 것입니다. 나는 기다렸다가 모닝커피를 주문했습니다. 모닝커피가 특별히 맛이 있어서가 아닙니다. 나에게 남은 모닝커피에 대한 추억 때문에 주문했습니다. 신기하게도 모닝커피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요즈음도 모닝커피를 찾는 사람이 있다는 말인가. 준비해 둔 계란도 없을텐데. 우리들은 신기한 마음으로 커피 속에 잠긴 계란 노란자를 스푼으로 건져 인정 샷을 찍었습니다. 계란 노란자에게 스마트 폰의 융숭한 대접을 드렸습니다. 계란에 대한 진화의 추억을 정리해 봅니다. 내가 초등학교 시절에는 일본식민지 아래 있기도 했지만 2차 세계대전의 와중이라 모든 생필품이 품귀했습니다. 점심시간에 도시락을 열고 계란 후라이 하나가 자리 잡고 있으면 그는 모든 학생들이 선망하는 부잣집 아들입니다. 계란 하나가 빈부를 가르는 기준입니다. 귀하신 몸이지요. 해방이 되었습니다. 미군들의 진주로 계란가루가 묻어왔습니다.

이 계란 가루를 계란찜으로 만들어 먹습니다. 이런 인스턴트 계란에도 불구하고 계란은 여전히 귀하신 몸으로 우리 곁에 있었습니다. 6.25 사변을 기점으로 다방이란 공간이 급속도로 늘어났습니다. 계란은 이 공간에서 가장 화려한 존재로 군림합니다. 바로 모닝커피입니다. 나는 대학생 시절 다방 출입을 많이 했습니다.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하나는 공적인 일로 산악회 모임을 자주 가졌는데 따로 사무실을 갖지 못한 탓에 대구의 호수다방을 자주 갔습니다. 가나한 탓에 아침에 커피 한잔 마시고 하루 종일 눌러 앉습니다. 마음씨 좋은 누나가 있어서 눈치 볼 것 없이 일을 보았습니다. 둘째로는 사적인 이유인데 녹향다방이란 곳이 있습니다. 이곳엔 시인이나 소설가 화가 등 많은 예술가들의 아지트입니다. 향토예술인도 많았지만 서울에서 피나 오신 분들도 많았습니다. 이곳에 가면 모든 예술인들이 멘토입니다. 이런 사적 공적 이유로 대학생 시절에 다방 출입이 잦았습니다. 계란의 사회경제적 위력이 절정일 때입니다. “모닝터피이 짧은 한마디로 주문자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확정되던 시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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